업체창고 인물전 VOL.62
"간판에 기름 유(油) 자를 걸었으니까요" 매일 아침 타이머 대신 소리로 깨를 볶는 이유
"지금 주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깨를 볶는 무쇠팬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바로 이 깨를 볶는 작업이지요. 고소한 깨들이 팬 위에서 톡톡 튀어 오르는 소리를 귀로 들으며 불을 내릴 정확한 타이머를 잡습니다. 기계적인 타이머보다 제 귀로 듣는 소리가 훨씬 정확해요. 너무 일찍 불을 내리면 고소한 향이 약하고, 딱 한 박자만 늦어도 기름맛이 써집니다. 그 미세한 경계를 소리로 찾아냅니다."
업체창고 인터뷰 노트
식자재 조달 및 소스 가공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현대 외식 상권의 일반적 프랜차이즈 운영 방식(A)보다 핵심 정체성이 되는 참기름·들기름 제조 과정을 매일 아침 무쇠팬 직접 로스팅과 자가 착유로 고수하는 원천 기술적 집착 및 아동 급식 지원(B)이 브랜드의 진정성 확보와 지역사회 밀착형 신뢰 구축(C)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타이머 대신 소리로 잡는 찰나, 매일 아침을 깨우는 무쇠팬의 고집
지금 주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깨를 볶는 무쇠팬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바로 이 깨를 볶는 작업이지요. 고소한 깨들이 팬 위에서 톡톡 튀어 오르는 소리를 귀로 들으며 불을 내릴 정확한 타이머를 잡습니다. 기계적인 타이머보다 제 귀로 듣는 소리가 훨씬 정확해요. 너무 일찍 불을 내리면 고소한 향이 약하고, 딱 한 박자만 늦어도 기름맛이 써집니다. 그 미세한 경계를 소리로 찾아냅니다.
아침의 시작은 매캐하면서도 고소한 깨 볶는 연기와 함께 시작됩니다. 매뉴얼화된 계량기가 아니라, 수없이 반복된 감각과 귀로 받아들이는 '톡톡' 소리로 불의 타이밍을 잡는 모습은 타협 없는 장인 정신의 시작점입니다. 가게 이름에 새긴 '기름 유(油)', 결코 넘을 수 없는 선
기성품 시판 소스나 반조리 제품을 사다 쓰면 몸도 편하고 마진(이윤)도 좋아지는 걸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참기름과 들기름만큼은 깨를 직접 고르고, 볶고, 짜내는 전 과정을 매장에서 손수 작업합니다. 사다 쓰면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이 고생을 고집하는 이유는 저희 가게 이름에 '기름 유(油)' 자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 이름의 무게 때문에라도 이 선은 절대 넘을 수 없습니다. 본연의 향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기름은 음식에 미리 섞지 않고 항상 따로 곁들여 냅니다.
효율성과 마진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힘은 가게 이름에 내건 정직함에 있습니다. 기름 유 자를 붙인 이상, 기름 하나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게 짜내겠다는 고집이 이 집 음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진짜 무기입니다. 버려진 깨 더미 위에서 찾은, 오직 우리 집만의 독보적인 맛
장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게를 처음 열고 기름맛을 잡던 때였습니다. 깨를 볶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향과 풍미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마음에 쏙 드는 그 결정적인 선을 잡지 못해 한동안 계속 깨만 볶고 버리는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이걸 왜 하나' 싶을 정도로 지치던 날들이었죠. 그래도 다음 날 다시 일어나 깨를 볶았던 건, 이미 간판에 기름 유 자를 걸어놓았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손님들이 극찬하시는 그 고소한 기름맛은 그렇게 수없이 버려진 깨 더미 위에서 찾은 결실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주방에서 완벽한 기름맛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고뇌했던 시간은 고통이었지만, 도망치지 않고 간판의 이름값을 지켜낸 책임감이 결국 독보적인 맛의 기준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매일 아침 깨 볶던 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던 따뜻한 자리
오늘이 만약 이 음식을 만드는 마지막 날이라면, 저는 손님들에게 오직 '기름에 온 공을 들이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이 주방에서 들려오던 고소한 깨 볶는 소리로 저를 추억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꿈나무카드(아동 급식 지원 카드)를 들고 오는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눈치 보지 않고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갈 수 있었던 따뜻한 가게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 아이들을 위한 자리는 가게가 문을 닫는 순간까지 늘 비워둘 겁니다.
음식에 대한 마지막 유언마저도 고지식할 정도로 순수한 기름에 대한 집착,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식 아동들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내어주던 다정한 품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장사는 기술을 넘어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Editor's Note
대량 생산된 기성품 기름이 판을 치는 차가운 외식 시장 속에서, 이 가게의 주방은 매일 아침 무쇠팬 위에서 깨가 톡톡 튀는 아날로그의 소리로 숨을 쉽니다.
자신의 간판에 새겨진 '기름 유(油)' 자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고단한 로스팅을 자처하는 고집, 그리고 배고픈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들어올 수 있도록 언제나 빈자리를 마련해 두는 따뜻한 연대감. 이 집의 기름이 유독 투명하고 고소한 이유는 오직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장인의 정직한 굳은살과, 동네의 약한 이들을 품어 안는 사장님의 넉넉한 진심이 그 한 방울 속에 고스란히 압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간판에 새겨진 '기름 유(油)' 자의 무게를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고단한 로스팅을 자처하는 고집, 그리고 배고픈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들어올 수 있도록 언제나 빈자리를 마련해 두는 따뜻한 연대감. 이 집의 기름이 유독 투명하고 고소한 이유는 오직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장인의 정직한 굳은살과, 동네의 약한 이들을 품어 안는 사장님의 넉넉한 진심이 그 한 방울 속에 고스란히 압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강주연
용인시 대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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