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네 선택

업체창고 인물전 VOL.08

전대리 하모니 편의점 문방구, 아이들에게 공짜를 주지 않는 동네의 마지막 어른

강주연 에디터 2026.02.11 👀 읽음 139
하모니편의점 사장님 인터뷰 프로필 인물 사진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해요. 문 열고 들어오는 눈빛만 봐도 오늘 뭐 찾으러 왔는지 다 보여요."
업체창고 인터뷰 노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도 ‘물질(Material)’이 주는 감각은 대체 불가능하다. 태블릿 PC가 공책을 대신해도, 연필을 깎을 때의 사각거림과 새 필통을 여는 순간의 설렘은 아동기 몰입의 핵심적인 경험으로 남는다. 포곡초 앞 ‘하모니 문구’는 단순히 학용품을 유통하는 가게가 아니다. 이곳은 아이들의 유행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안테나이자, 적절한 결핍을 통해 정직한 성장을 가르치는 로컬 훈육의 현장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소유의 한계를 배우고, 어른은 세대를 건너온 기억을 다시 확인한다.

포켓몬 카드와 아폴로, 아이들의 유행을 읽는 안테나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해요. 문 열고 들어오는 눈빛만 봐도 오늘 뭐 찾으러 왔는지 다 보여요.
어른들의 트렌드보다 열 배는 빠른 곳이 초등학교 앞입니다. 하모니 문구 사장님은 아이들의 손짓과 눈빛만으로도 ‘오늘의 유행’을 읽어냅니다. 어떤 날은 말랑이, 어떤 날은 포켓몬 카드. 요즘엔 곤약 간식과 아폴로가 대세입니다.

전대리에서 아이들의 ‘최애템’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문구점 사장님입니다. 유행을 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욕망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해 왔기 때문입니다.

“습관이 될까 봐 공짜로 주지 않아요” – 진짜 어른의 배려

Q. 돈이 모자라 망설이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실 텐데요?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다 주고 싶죠.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주면 아이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습관’이 됩니다. 그건 아이를 망치는 길이에요. 저는 아이가 가진 금액 안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제 사명은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정직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곁에서 타이르고 지켜봐 주는 ‘동네 어른’이 되는 거죠.
이 문구점에서 ‘공짜’는 친절이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깝습니다. 사장님이 지키는 것은 가격표가 아니라 원칙입니다.
하모니편의점 사장님 인터뷰 사진 2 - 업체창고 ⓒ업체창고

옹기종기 모여 앉던 ‘뽑기’ 앞의 서사

Q. 예전 코흘리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일도 있나요?

그럼요. 아이를 안고 와서 ‘이모, 저 기억나세요?’ 하는데 정말 뭉클하죠. 문방구는 단순히 연필 파는 곳이 아니에요. 학교 끝나고 뽑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친구들이랑 고민하던 장소죠. 그 추억이 그리워 다시 찾아오는 것, 그게 바로 우리 동네만의 ‘정’ 아니겠어요?
하모니 문구는 소비의 장소가 아니라 기억의 좌표입니다. 아이였던 시간이 어른의 현재로 다시 이어지는 지점, 그 접점이 이 문구점에 남아 있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몰입’

태블릿 PC가 종이를 대신하는 시대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실물 펜과 노트가 주는 힘을 믿습니다. 필통을 고르고, 연필을 깎으며 책상 앞에 앉는 시간. 그 짧은 몰입이 아이에게는 생애 최초의 ‘집중’이 됩니다.

사장님은 그 아이들이 펜 끝으로 써 내려갈 수많은 꿈을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문구점의 불을 밝힙니다.
하모니편의점 사장님 인터뷰 사진 3 - 업체창고 ⓒ업체창고

Editor's Note

하모니 문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훈육’이었다.

아이가 울먹인다고 해서 원칙을 깨지 않는 것, 잘못을 보았을 때 기꺼이 타이르는 귀찮음을 감수하는 태도. 그것은 상권의 논리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권위다.

디지털로 대체되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이 문구점을 계속 찾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곳에는 아이들의 욕망을 처음으로 다듬어 주는 진짜 어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주연
용인시 대표 에디터
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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