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네 선택

업체창고 인물전 VOL.09

전대리 그린베이커리, “가족을 생각하며 친 반죽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강주연 에디터 2026.02.11 👀 읽음 116
그린베이커리 사장님 인터뷰 프로필 인물 사진
"피곤할 때도 있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고, 또 헛걸음하실 손님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몸이 먼저 움직여요."
업체창고 인터뷰 노트
대량 생산과 냉동 생지가 효율을 지배하는 시대에, 매일 밀가루 포대를 풀고 반죽을 치는 일은 거의 수행에 가깝다. 전대리 골목의 이곳은 햄버거빵 하나부터 식빵까지 모든 공정을 수제로 이어간다. 그것은 맛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이웃에게 미안함을 남기지 않으려는 태도의 선택이다. 가족을 떠올리며 아침을 버텨내는 사장님의 서사는, 빵 한 봉지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말해준다.

8시 반, 미안함으로 깨우는 정직한 리듬

피곤할 때도 있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고, 또 헛걸음하실 손님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몸이 먼저 움직여요.
이곳의 아침은 8시 반, 냉동 생지를 해동하는 기계음이 아니라 직접 반죽을 치는 둔탁한 소리로 시작됩니다. 햄버거빵, 식빵, 쿠키 하나까지 사장님 부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거창한 사명감보다 무서운 것은, 가족과 손님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빵을 내놓겠다는 '매일의 성실함'입니다. 그 책임감이 사장님의 매일을 깨우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키는 ‘수제의 권위’

Q. 남편분이 빵을 만드신다고요. 재료나 공정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점이 있다면요?

빵은 남편이 전담해서 만들고 있어요. 제가 옆에서 보는 남편은 다른 건 몰라도 ‘합성 첨가물’만큼은 절대 쓰지 않아요. 우리가 만드는 모든 종류의 빵을 베이스부터 직접 다 만들어 사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빵의 생명은 결국 만드는 사람의 정직함에 있다고 믿으니까요.
빵은 남편이 전담합니다. 옆에서 지켜본 아내의 말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모를 고집이 묻어납니다. 베이스부터 직접 만듭니다. 조금 더 걸려도, 조금 더 힘들어도.

수제는 화려함이 아니라 ‘덜 편해지는 선택’의 다른 이름입니다. 빵의 생명은 결국 만드는 사람의 양심에서 나온다는 믿음. 이곳의 오븐은 그 믿음을 매일 굽고 있습니다.
그린베이커리 사장님 인터뷰 사진 2 - 업체창고 ⓒ업체창고

단골의 취향을 읽는 ‘맛있는 참견’

Q. 작은 가게라 손님들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이실 것 같아요.

시간대별로 오시는 분들이 달라요. 낮에는 30대 단골들이, 저녁엔 일을 마치고 오시는 에버랜드의 캐스터분들이 많죠. 손님이 찾으시는 메론빵이 다 떨어졌을 땐 그분의 취향을 떠올려 딸기모찌나 소금빵을 슬쩍 추천해 드리기도 해요. 그게 작은 가게만이 할 수 있는 세밀한 대화죠.
작은 가게라 가능한 일입니다. 낮에는 30대 단골들이, 저녁엔 일을 마치고 들르는 분들이 누군지, 어떤 시간에 어떤 빵을 집는지 사장님은 거의 외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추천은 판매 전략이 아니라 기억의 연장선입니다. 손님의 하루에서 가장 맛있는 순간을 슬쩍 대신 골라주는 일. 그게 이 빵집이 하는 조용한 대화입니다.

가성비라는 이름의 ‘작은 쉼표’

Q. 손님들이 이 빵집을 어떤 공간으로 기억하길 바라시나요?

저는 우리 가게 빵이 가성비가 좋다는 말을 들을 때 참 기분이 좋아요. 요즘 물가가 참 비싸잖아요.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서만큼은 부담 없이, 먹고 싶은 빵을 마음껏 골라 담으셨으면 좋겠어요. 맛있게 드시는 모습, 그 뒷모습을 보는 게 제 행복입니다.
사장님이 말하는 가성비는 싼 가격이 아니라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가격입니다. 봉투를 들고 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

그 뒷모습이 가벼워 보이면 그날 장사는 성공입니다.
그린베이커리 사장님 인터뷰 사진 3 - 업체창고 ⓒ업체창고

Editor's Note

이 작은 빵집에서 발견한 가장 큰 가치는 ‘가족의 얼굴’이다.

아침의 피곤함을 이기게 하는 동력이 가족과 이웃이라는 사장님의 고백은, 이 집 빵이 왜 속이 편하고 담백한지를 설명해 준다. 특히 “미안한 마음에 피곤함도 잊는다”는 대목은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관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모든 빵을 직접 만들어내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손님들이 마음껏 빵을 고를 수 있게 ‘가성비’를 유지하는 고집. 이곳은 전대리 사람들의 허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주는 ‘골목의 안식처’다.
강주연
용인시 대표 에디터
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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