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창고 인물전 VOL.11
둔전리 번영마트 - "온통 밭이었던 둔전이 마을이 되기까지, 35년의 기록"
"둔전에서 가게를 한 지 35년이 됐어요. 저쪽 큰 도로에서 10년 하다가, 이 자리에 길이 생기면서 이쪽으로 옮겨왔죠.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긴 다 밭이었어요. 외딴 가게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지요."
업체창고 인터뷰 노트
편의점이 골목마다 들어선 시대지만, 둔전리에는 여전히 옛 추억의 온도를 간직한 '동네 슈퍼'가 있다. 작지만 필요한 것은 다 갖춘 이곳은 엄마 심부름으로 콩나물 천 원어치를 사 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다. 35년 전, 온통 밭뿐이었던 외딴곳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번영마트는 이제 단순한 가게를 넘어 이 동네의 시작과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라인의 기록자가 되었다.
둔전리 35년, 밭에서 길로 이어진 시간
둔전에서 가게를 한 지 35년이 됐어요. 저쪽 큰 도로에서 10년 하다가, 이 자리에 길이 생기면서 이쪽으로 옮겨왔죠.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긴 다 밭이었어요. 외딴 가게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지요.
사장님의 기억 속 둔전리는 지금의 번화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길 건너에서, 나머지 25년을 지금의 자리에서 보낸 사장님은 이 동네의 땅이 길이 되고, 길이 마을이 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증인입니다. 번영마트는 그렇게 둔전리의 흙내음이 도시의 활기로 바뀌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내 왔습니다. 발소리보다 정확한 ‘CCTV 너머의 관심’
Q. 단골손님이 들어오는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아신다고요?
그쵸, 발소리만 들어도 알 때가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CCTV가 있잖아요. 누가 오는지 화면만 봐도 다 알 수가 있죠.
'발소리로 손님을 맞이하던 낭만'을 묻는 질문에 사장님은 'CCTV'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정직한 답변을 내놓으십니다. 하지만 그 속뜻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변했을지언정, 누가 들어오는지 미리 살피고 맞이하려는 사장님의 시선은 3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손님을 향해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보다 깊은 사람 사이의 정
대형 마트의 무인 계산대에는 없는, 동네 슈퍼만의 문법이 있습니다.
번영마트의 진열대에는 물건만 놓인 게 아닙니다. 어릴 적 심부름 왔던 아이가 학부모가 되어 다시 찾는 세월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동네 어른의 우직함이 함께 진열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줄게요
라는 말 한마디에 물건을 내어주던 신뢰. 사장님은 구구절절 장사 철학을 늘어놓지 않으시지만, 집과 가까운 이 자리에서 25년을 변함없이 문을 열어온 것 자체가 이미 이웃과의 거대한 신뢰 장부입니다.번영마트의 진열대에는 물건만 놓인 게 아닙니다. 어릴 적 심부름 왔던 아이가 학부모가 되어 다시 찾는 세월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동네 어른의 우직함이 함께 진열되어 있습니다.
Editor's Note
둔전리 ‘번영마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장님의 담백함이었다.
'다 밭이었다'는 한마디는 그 어떤 역사서보다 강렬하게 동네의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발소리를 듣던 감각이 CCTV라는 기술로 대체되었을지라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웃을 확인하는 그 '첫 시선'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편의점의 1+1 행사보다, 35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사장님의 '어서 오세요' 한마디가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 밭이었다'는 한마디는 그 어떤 역사서보다 강렬하게 동네의 변화를 체감하게 한다. 발소리를 듣던 감각이 CCTV라는 기술로 대체되었을지라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웃을 확인하는 그 '첫 시선'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다.
편의점의 1+1 행사보다, 35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사장님의 '어서 오세요' 한마디가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주연
용인시 대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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