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창고 인물전 VOL.32
전대리 새마을회관, 사장님의 무른 손톱이 빚어낸 '정직한 허기'
"뜨거운 것을 항상 만지고 장갑을 계속 끼고 있다 보니, 물기 때문에 손톱이 다 무르고 깨졌어요."
업체창고 인터뷰 노트
전대리 골목, 뽀얀 육수 김이 창을 적시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국수·전 전문점]입니다. 한식 10년의 구력을 가진 베테랑 사장님은 몸이 상해 잠시 현장을 떠났었지만, 결국 다시 솥 앞을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이 아니라, 사장님의 무른 손톱과 휜 어깨가 빚어낸 '정직한 허기'를 채우는 공간입니다. 시판 육수의 유혹을 뿌리치고 굳이 '미련한 길'을 걷는 사장님의 뒷모습에는 장사꾼의 자부심이 서려 있습니다.
눅눅한 니트릴 장갑 속에 새겨진 훈장
식당 문이 열리면, 전대리 골목에는 멸치 똥을 떼고 다시마를 우려내는 짙은 바다 냄새가 깔립니다. 주방 한편에서 사장님의 손은 온종일 땀과 습기가 찬 니트릴 장갑 속에 갇혀 있습니다.
뜨거운 것을 항상 만지고 장갑을 계속 끼고 있다 보니, 물기 때문에 손톱이 다 무르고 깨졌어요.
집으로 돌아가 파라핀 액에 손을 담그며 통증을 달래는 밤마다 사장님은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그 손을 보고 골병이 들었다고 혀를 차겠지만, 사장님에게 그 무른 손톱은 수십만 번의 국수를 말아내고 전을 뒤집으며 얻은 가장 깊은 훈장입니다. 앞치마에 뽀얗게 내려앉은 밀가루 가루는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았노라는 무언의 기록입니다. 멸치 똥을 떼는 미련하고도 위대한 시간들
'요즘 세상에 누가 육수를 직접 내느냐'는 주변의 핀잔은 사장님의 고집 앞에서 힘없이 꺾입니다. 조미료 한 꼬집이면 끝날 감칠맛을 위해 사장님은 굳이 산더미 같은 채소를 썰고 다시마를 씻어냅니다.
제가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을 땐 더 연구를 하고, 야채와 다시마를 아끼지 않고 넣어서 깊은 맛을 내려 노력했습니다.
매일 아침 버무리는 겉절이, 그리고 일주일을 꼬박 인고의 시간으로 익혀내는 열무와 깍두기에는 사장님의 시간이 녹아 있습니다. 남들은 적당히 하라고 말하지만, 사장님에게 '적당히'라는 타협은 손님을 속이는 일과 같습니다.식당 일이 힘들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제가 요리를 너무 좋아해서 다시 국수집을 오픈하게 된 거죠.
10년 전 한식을 할 때보다 몸은 더 고되지만 사장님은 다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송탄에서 전대리까지, 진심이 부른 기적
장사가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텅 빈 테이블을 닦으며 정적만이 흐르는 주방 불을 끌 때, 사장님은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저는 한 분이라도 오시면 '와주신 분을 놓치지 말자', '첫 손님을 놓치지 말자'라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간절함은 국수 가락에 실려 손님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어느 날, 송탄에서 에버랜드를 찾았던 가족이 우연히 가게를 들렀습니다. 국수 국물을 마시고 김치를 씹던 그들은 선언하듯 말했습니다.사장님, 국수 먹으러 내일 에버랜드 또 올게요.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사장님의 무른 손톱과 휜 어깨의 무게를 손님이 알아챈 순간이었습니다. 양이 너무 많아 남겼다며 미안해하는 손님의 빈 그릇을 볼 때, 사장님의 어깨 통증은 비로소 씻겨 내려갑니다. 우리 동네 국수 맛집으로 기억되는 이웃
전대리 어르신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닙니다. 국수 한 그릇 집에서 해 먹으려면 너무 복잡하고 일이 많은데, 자식 같은 사장님이 정성껏 말아주는 안식처입니다.
국수 한 그릇 집에서 해 먹으려면 너무 복잡하고 일이 많은데, 이렇게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하세요. 저는 언제나 맛있는 국수를 말아주던 '그 동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마지막 한 그릇을 말아내는 심정으로 사장님은 오늘도 솥 앞을 지킵니다. 정성껏 만든 국수를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 인사말에는 전대리 이웃들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놓여 있습니다. Editor's Note
국수집 사장님의 무른 손톱에는 '주방장'이라는 직함보다 훨씬 뜨거운 '진심'이라는 불꽃이 들어 있습니다. 효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장님의 노동은 가장 강력하고 정직한 저항입니다.
미련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정성이 밴 국수는 배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는 사장님의 말처럼, 국수 한 그릇의 무게는 가볍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노동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전대리 골목,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서 멸치 똥을 떼는 '전대리의 정직한 부엌'이 오늘도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고 있습니다.
강주연
용인시 대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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