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창고 인물전 VOL.34
자스민 향기처럼 스며든 20년 - 둔전리 하늘정원 & 나우커피 사장님의 아름다운 중노동
"그건 꽃기린이에요. 20년 전 신랑이 손바닥만 한 포트에 담긴 걸 사다 줬는데, 어느새 저만큼 자랐답니다."
업체창고 인터뷰 노트
간판은 두 개지만 문은 하나로 통합니다. [하늘정원 꽃집]과 [나우커피]는 둔전리에서 가장 싱싱한 숨을 쉬는 복합 휴식 공간입니다. 화사한 꽃다발 뒤에 가려진 사장님의 거친 손마디는 20년째 이 골목에 향기를 채워왔습니다. "아름답게 포장된 중노동"이라 불리는 꽃일을 견디게 한 건, 새벽 경매장에서 마주하는 꽃들의 생명력입니다. 그 생명력이 이제는 커피 향과 어우러져 주민들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20년 전 신랑이 사다 준 손바닥만 한 선물" — 꽃기린의 기적
카페에 들어서자 시선을 압도하는 키 큰 나무가 보였습니다. '사장님, 이 나무는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자 사장님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그건 꽃기린이에요. 20년 전 신랑이 손바닥만 한 포트에 담긴 걸 사다 줬는데, 어느새 저만큼 자랐답니다.
대부분의 무인 카페가 효율을 따질 때, 사장님은 이곳에 '시간'을 심었습니다. 내 손에 들어오면 1년도 못 가 시들던 식물들이 사장님의 손길 아래 20년의 세월을 견디며 울창한 숲이 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꽃기린은 사장님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훈장입니다. 사장님의 커피 한 잔에는 기계가 뽑아내는 카페인뿐만 아니라, 20년간 생명을 돌봐온 '프로 꽃쟁이'의 성실함이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가져갔는데 바로 시들면 슬프잖아요" — 7일의 생명을 지키는 고집
손님들이 버려지는 꽃을 보고 아깝다고 달라고 하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절대 드리지 않습니다. 집에 가져가면 바로 시들어버리거든요. 꽃의 생명은 보통 일주일인데, 가져가자마자 시들어버리면 그 마음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저는 손님들에게 단순히 식물을 파는 게 아니라, 그분들의 공간에 '행복'이라는 선물을 보내는 거라 믿습니다.
사장님에게 꽃은 상품이기 이전에 '정서적 안정감'입니다. '버리면 손해'라는 장사꾼의 논리보다 '가져가서 시들면 슬프다'는 공감이 먼저입니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동남아 손님들이 꽃 한 송이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사장님은 확신합니다. 꽃은 사치품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일상의 권리라는 것을요. 사장님의 폐기통에 쌓인 시든 꽃들은, 역설적으로 손님의 식탁 위에서 가장 오래 버틸 싱싱한 꽃들을 증명합니다. 칸막이 없는 신뢰, "꽃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악하지 않다"
저녁 6시 이후로는 무인으로 운영해요. 바로 옆 무인 카페와 연결되어 있어서 주변 분들이 꽃을 그냥 가져가면 어떡하냐고 칸막이를 치라고들 하셨죠. 하지만 저는 믿어요. 꽃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한 사람은 없다고요. 그래서 칸막이 없이 그대로 뒀습니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꽃을 그냥 가져가신 분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하늘정원과 나우커피 사이에는 물리적 경계가 없습니다. CCTV보다 강한 건 사람에 대한 사장님의 '순수한 믿음'입니다. 칸막이를 치는 대신 마음의 벽을 허문 이 공간에서, 주민들은 꽃과 커피를 향유하며 서로의 선한 양심을 확인합니다. 유리창 너머로 꽃을 구경하던 모든 이가 부담 없이 들어와 꽃기린과 함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자스민 향기처럼 남고 싶은 편안한 이웃
꽃은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근처에만 가도 진한 여운이 남는 자스민 향기처럼, 둔전리 사람들의 기억 속에 편안한 향기로 남고 싶어요. 꽃 구경하러 부담 없이 들어오세요. 꽃같이 마음 예쁜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년의 세월은 꽃을 다루는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향기를 남겼습니다. 사장님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명성이 아닙니다. 길을 걷다 문득 맡아지는 자스민 향기처럼,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꽃 향기와 커피 향이 경계 없이 섞여드는 이곳은 둔전리의 정서적 온도를 1도쯤 높여주는 다정한 온도계입니다. Editor's Note
꽃집 사장님의 손은 의외로 거칠고 투박합니다. 향기로운 꽃들을 만지며 살아온 20년의 세월은 역설적으로 그 손에 무수한 가시 자국과 물집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 고된 '아름다운 중노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시들 꽃은 절대 손님 손에 들려 보내지 않겠다는 미련한 고집, 그리고 칸막이 없이도 이웃의 선한 양심을 믿어주는 그 순수한 마음이 거친 손마디보다 훨씬 진한 향기를 내뿜기 때문입니다.
꽃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악한 사람은 없다
는 사장님의 말은, 어쩌면 이 삭막한 세상에서 우리가 끝내 인출해내야 할 가장 귀한 가치일지도 모릅니다. 20년 된 꽃기린 나무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듯, 둔전리 골목 끝자락에서 자스민 향처럼 은은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는 이 공간이 앞으로도 변치 않는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봅니다.
🧐
사장님에게 고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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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4 마감
20년의 시간과 0cm의 경계, 여러분은 어떤 향기에 끌리시나요?
둔전리 '하늘정원 & 나우커피'는 참 신기한 곳입니다. 20년 전 손바닥만 했던 꽃기린을 숲으로 키워낸 사장님의 '지독한 성실함'이 있는가 하면, 꽃집과 카페 사이의 벽을 허물고 이웃의 양심을 믿는 '천진한 신뢰'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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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20년 된 꽃기린의 위엄
칸막이 없는 신뢰의 공간
강주연
용인시 대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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